728x90

빨래하고 청소했다. 그런데 ....... 에~잇!

이 구석 저 구석, 여기저기 쳐 박혀있고 널려있는 빨래를 아내가 하던 것을 생각하며 세탁기에 넣을 것은 넣고 손으로 비벼 빨 것은 빨고 세탁기에 넣으면서 아내가 와서 좋아하며 칭찬 해줄 것을 생각하니 ‘시작’ 스위치를 누르는 데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기분이 좋은 김에 ‘사랑 한다 사랑해-컬투’ ‘어메이징 그레이스’ ‘희망가-이연실’ ‘하늘가는 밝은 길이’ 등등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구운 CD를 틀어 놓고 먼지 털이로 ․ 진공청소기로 거실부터 안방, 이 방 저 방을 청소하고 정리를 다 했다.  다시 한 번 둘러보면서 어리둥절하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아내의 그 입술, 내가 결혼 전부터 미소가 담기면 더욱 더 아끼고 싶게 좋아하게 하는 입술연지도 바르지 않아도 촉촉하고 불그스레한 그 섹시한 입술이 눈에 떠올라 삼삼하여 혼자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항상 저녁 조금 늦은 그 시간 때에 그녀가 들어 왔다. 퇴근 후 마무리 하느라 분주한 그 녀. 그 녀의 낌새를 살피는 내 눈과 마음.

하뿔사! 그 섹시한 입술의 달콤한 기대는 온데 간 데가 없어지고 말았다. AB형인 아내 vs O형인 남편 나. 글자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오고가는 목소리, 분위기를 상상에 맡기는 것이 훨씬 실감나겠기에 생략한다.

내가 그걸 알았나. 양말은 양말, 흰 옷은 - 색깔 있는 옷 구분하는지를, 물빨래 될 것 안 될 것 ...... 아내의 잔소리 보따리가 풀리고 말았다. 그냥 세탁기에 처넣어 돌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잖아. 세탁이 뭐가 힘들어서 그 때 그 때 못하고 구석마다 여기저기 널려 놓았나! 남편이 모처럼 해 준다는 신나는 마음으로 스위치를 눌렀던 것이 아닌가! 방 청소의 공은 온데 간 데가 없어지고 본전도 찾지 못하고 말았다.


에~잇! 안 하느니만 못했던 사건. 오히려 빨래에 묻었던 때, 방에 쌓였던 먼지들이 이 내 마음에 몽땅 흡수되어 마음을 더럽히고 말았다. 어찌타 하던 데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처해서 씻기지도 털어내지도 못할 때를 마음에 끌어 들였단 말인가.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모른 채 하고 지낸 세월이 몇 개월은 흘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에~잇! 몰라 줘서 섭섭하다, 남편을 망가뜨려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녀를 보면서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계기로 내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다면 잔소리는 안 들었을 것이 아닌가. 그동안 않는다고 잔소리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뭐 좀 알고 했더라면 보탬이 되었더라면 오히려 일 내지 않았더라면 좋아했을 아내가 아닌가. 내가 잘못 됐다고 생각이 들자 오히려 미안해지고 말았다. 그 덕분에 이제는 빨래도 척척, 널려진 빨래가 없다. 지금은 오히려 아내가 칭찬할까 말까 눈치를 보는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에~잇! 만족과 기쁨 ․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  내 마음이다. 표를 내려고 하면, 알아주기를 바란다면, ‘도와주는 것 봤지!’한다면,

크~! 행복은 그게 아니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