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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부활 메시지

미소는 사람의 꽃. 2022. 4. 1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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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부활 메시지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님 부활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와 가정에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요, 정수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고 말씀하시며, 부활이 얼마나 우리 신앙

의 중심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는 죽음이 마지막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을 알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 이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이들은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로마 6,4) 되었음을 믿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삶,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줍니다.

그러기에 부활을 믿는 우리 신앙인은 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삶을 믿기에, 기쁨에 가득 차서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신앙을 선포하는 사람들입니다.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이 기쁨과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차서, 모든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며 신앙을 증거 했던 일을 우리는 사도행전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부활의 증인입니다. 그리고 부활의 증인으로 산다는 것은 세상의 가치를 넘어서서 사랑으로 희망과 기쁨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느낍니다. 성경에 언급되는 '돌무덤'이라는 표현처럼, 세상의 많은 것들이 우리를 가두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낙태, 생명 경시), 천박한 자본주의 문화(배금주의), 자기중심주의와 이기심의 문화, 분열과 단절의 문화, 우월주의적 사고방식 등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이렇듯 우리를 뒤덮고 있는 많은 사회문화적 현상들은 우리를 어둠 속에 머물게 하고 절망과 포기의 삶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사회야말로 돌무덤입니다.

 

최근에 지속되었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권력층들의 과욕은 많은 이들을 희생시켰고 비극을 야기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평화도 잃었습니다. 이런 비극에도 불구하고 돌무덤, 어둠에 갇혀 있는 이들은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자국)만을 위해 저지른 일들을, 마치 세상 모든 이들의 공공선을 위해 불가피한 일로 치부할 뿐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돌무덤'에 갇혀 있는 것은 비극적인 일입니다. 그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마음이 돌처럼 굳어져서 자기중심에 빠지게 되고 세상을 어둠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뿐이며, 그런 마음이 초래할 비극은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돌무덤'을 부수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리 나와라."(요한 11,43)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의 돌을 부수고 나오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얽매고 뒤덮은 무덤의 돌을 부수고 부활의 삶으로 나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를 얽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납시다. 그리고 부활의 은총 안에서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전파하도록 합시다.

이 사회 안에서 우리가 부활의 증인으로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지난 몇 년 간 우리 사회 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적대와 분열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에게 벽을 세우고 만남과 대화를 거부합니다. 이런 사회 모습 속에서 부활의 증인인 우리는 포용과 화합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지친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코로나에 걸린 이들에게 따뜻한 말과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코로나에 걸린 이들을 소외시키거나 미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의 장기화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이들, 소외되고 있는 많은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되었던 사람과의 관계성 회복도 생각해야 합니다. 만나지 못하다 보니 만남을 통해 싹트는 사람 사이의 정도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단절보다는 만남과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가 늘 봉헌하는 평화를 위한 기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곳,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전 세계에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주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활동도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이는 미래를 살아갈 세대에 희망을 주는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이 밖에도 부활의 증인으로 세상에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다는 굳건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우리를 얽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주님의 부활과 함께 새롭고 희망찬 세상을 위한 부활의 증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정 신철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